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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만식 치숙 치숙(痴叔) 채만식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키,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 걸리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 머, 말두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내 원! 신세 간 데 없지요. 자, 십 년 적공, 대학교까지 공부한 것 풀어먹지도 못했지요, 좋은 청춘 어영부영 다 보냈지요, 신분에는 전과자라는 붉은 도장 찍혔지요, 몸에는 몹쓸 병까지 들었지요, 이 신세를 해가지굴랑 은 굴속 같은 오두막집 단간 셋방 구석에서 사시장철 밤이나 낮이나 눈 따악감고 드러누웠군요. 재산이 어디 집 터전인들 있을 턱이 있나요. 서발 막대 내저어야 짚검불 하나 걸리는 것 없는 철 빈(鐵貧)인데. 우리 아주머니가, 그래도.. 2020. 4. 10.
김소월 가는 길 가는 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2020. 4. 8.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까?   배부르게 먹고 난 뒤에 포만감에 의한 행복? 마음에 드는 이성과의 성공적인 데이트? 행복을 느끼는 상황은 여러 가지가 있고, 각자의 기준도 다를 것이다.  사람은 정말 행복하려고 사는 것인가?  나는 행복도 중요하지만 깨달음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의에 의해 이 세상에 온 것이 아니지만, 그러기에 더욱 우리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고 소위 말하는 철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사색의 시간을 갖고 독서나 강의 등을 통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이러한 지식을 많이 쌓게 되면 세상이 돌아가는 구조나 원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  그러면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깨닫게 될 것이다.  행복도 좋지만 깨달음을 추구하는 삶을 살자. 2020. 4. 6.
현진건 빈처 빈처 현진건 1 “그것이 어째 없을까?” 아내가 장문을 열고 무엇을 찾더니 입안말로 중얼거린다. “무엇이 없어?” 나는 우두커니 책상머리에 앉아서 책장만 뒤적뒤적하다가 물어 보았다. “모본단 저고리가 하나 남았는데…….” “……” 나는 그만 묵묵하였다. 아내가 그것을 찾아 무엇 하려는 것을 앎이라. 오 늘 밤에 옆집 할멈을 시켜 잡히려 하는 것이다. 이 2년 동안에 돈 한 푼 나는 데는 없고 그대로 주리면 시장할 줄 알아 기구(器具)와 의복을 전당국 창고(典當局倉庫)에 들이밀거나 고물상 한구 석에 세워 두고 돈을 얻어 오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내가 하나 남은 모 본단 저고리를 찾는 것도 아침거리를 장만하려 함이라.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고 폈던 책을 덮으며 후 - 한숨을 내쉬었다. 봄은 벌써 반이나 .. 2020. 4. 5.
현진건 고향 고향 그의 얼굴 현진건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차중에서 생긴 일이다. 나는 나와 마주 앉은 그 를 매우 흥미있게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두루막 격으로 ‘기모노’를 둘 렀고 그 안에선 옥양목 저고리가 내어 보이며 아랫도리엔 중국식 바지를 입 었다. 그것은 그네들이 흔히 입는 유지모양으로 번질번질한 암갈색 피륙으 로 지은 것이었다. 그러고 발은 감발을 하였는데 짚신을 신었고 ‘고부가 리’로 깎은 머리엔 모자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이따금 기묘한 모임을 꾸 미는 것이다. 우리가 자리를 잡은 찻간에는 공교롭게 세 나라 사람이 다 모 이었으니 내 옆에는 중국 사람이 기대었다. 그의 옆에는 일본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는 동양 삼국 옷을 한 몸에 감은 보람이 있어 일본말로 곧잘 철 철 대이거니와 중국말에도 그리.. 2020. 4. 4.
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 쉽게 쓰여진 시 - 윤동주 -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의 악수. 2020.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