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
                             김소월

 

1
한때는 많은 날을 당신 생각에
밤까지 새운 일도 없지 않지만
지금도 때마다는 당신 생각에
축업는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낯 모를 딴 세상의 네길거리에
애달피 날저무는 갓스물이요.
캄캄한 어두운 밤 들에 헤매도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당신을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비오는 모래밭에 오는 눈물의
축업는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당신은 잊어버린 설움이외다

 

2
세월이 물과 같이 흐른 삼 년은
길어둔 독엣물도 찌었지마는
가면서 함께가자 하던 말씀은
살아서 살을 맞는 표적이외다

 

봄풀은 봄이 되면 돋아나지만
나무는 밑 그루를 꺾은 셈이요
새라면 두 죽지가 상한 셈이라
내 몸에 꽃필 날은 다시 없구나

 

밤마다 닭소리라 날이 첫 시면
당신의 넋맞이로 나가 볼 때요
그믐에 지는 달이 산에 걸리면
당신의 길신가리 차릴 때외다

 

세월은 물과 같이 흘러가지만
가면서 함께가자 하던 말씀은
당신을 아주 잊던 말씀이지만
죽기전 또 못잊을 말씀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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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t 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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