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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윤동주19

윤동주 바다 바다 윤동주 실어다 뿌리는 바람처럼 씨워타. 솔나무 가지마다 새침히 고개를 돌리어 뻐들어지고, 밀치고 밀치운다. 이랑을 넘는 물결은 폭포처럼 피어오른다. 해변에 아이들이 모인다. 찰찰 손을 씻고 구보로. 바다는 자꾸 섧어진다. 갈매기의 노래에..... 돌아다보고 돌아다보고 돌아가는 오늘의 바다여! 2020. 9. 9.
윤동주 간 간(肝)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산중(山中)에서 도망해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肝)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사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誘惑)에 안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2020. 7. 3.
윤동주 눈 눈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2020. 6. 30.
윤동주 달을 쏘다 달을 쏘다 윤동주 번거롭던 사위(四圍)가 잠잠해지고 시계 소리가 또렷하나 보니 밤은 저윽이 깊을 대로 깊은 모양이다. 보던 책자를 책상 머리에 밀어놓고 잠자리를 수습한 다음 잠옷을 걸치는 것이다. "딱"스위치 소리와 함께 전등을 끄고 창녘의 침대에 드러누우니 이 때까지 밖은 휘양찬 달 밤이었던 것을 감각치 못하였었다. 이것도 밝은 전등의 혜택이었을까. 나의 느추한 방이 달빛에 잠겨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는 것보담도 오히려 슬픈 선창(船艙)이 되는 것이다. 창살이 이마로부터 코마루, 입술, 이렇게 하얀 가슴에 여맨 손등에까지 어른거려 나의 마음 을 간지르는 것이다. 옆에 누운 분의 숨소리에 방은 무시무시해진다. 아이처럼 황황해지는 가슴에 눈을 치떠서 밖을 내다보니 가을 하늘은 역시 맑고 우거진 송 림은 한 .. 2020. 6. 2.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귀뚜라미와 나와 윤동주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2020. 5. 29.
윤동주 편지 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숙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가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2020.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