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9 김영랑 5월 아침 5월 아침 김영랑 비 개인 5월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 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 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 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2020. 8. 9.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김영랑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돋우네.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 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2020. 8. 4. 이육사 교목 교목 이육사 푸른 하늘에 닿을듯이 세월에 불타고 우뚝 남아서셔 차라리 봄도 꽃피진 말어라 낡은 거미집 휘두르고 끝없는 꿈길에 혼자 설내이는 마음은 아예 뉘우침 아니라 검은 그림자 쓸쓸하면 마침내 호수(湖水)속 깊이 거꾸러저 참아 바람도 흔들진 못해라 2020. 7. 30. 이상 날개 날개 이상 '박제(剝製)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이런 때 연애까지가 유쾌하오. 육신이 흐느적흐느적하도록 피로했을 때만 정신이 은화처럼 맑소. 니코틴이 내 횟배 앓는 뱃속 으로 스미면 머릿속에 으레 백지가 준비되는 법이오. 그 위에다 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바둑 포 석처럼 늘어 놓소. 가공할 상식의 병이오. 나는 또 여인과 생활을 설계하오. 연애기법에마저 서먹서먹해진 지성의 극치를 흘깃 좀 들여다 본 일이 있는, 말하자면 일종의 정신분일자(정신이 제멋대로 노는 사람)말이오. 이런 여인의 반 ----그것은 온갖 것의 반이오.---만을 영수(받아들이는)하는 생활을 설계한다는 말이오. 그런 생활 속에 한 발만 들여놓고 흡사 두 개의 태양처럼 마주 쳐다보면서 낄낄거리는 것이오. 나는 아마 .. 2020. 7. 26. 김유정 연기 연기 김유정 눈 뜨곤 없드니 이불을 쓰면 가끔식 잘두 횡재한다. 공동변소에서 일을 마치고 엉거주침이 나오다 나는 벽께로 와서 눈이 휘둥 그랬다 . 아 이게 무에냐. 누리끼한 놈이 바루 눈이 부시게 번쩍버언쩍 손가 락을 펴들고 가만히 꼬옥 찔러보니 마치 갓굳은 엿조각처럼 쭌둑쭌둑이다 얘 이눔 참으로 수상하구나 설마 뒤깐기둥을 엿으로빚어놨을 리는 없을텐 데. 주머니칼을 끄내들고 한번 시험쪼로 쭈욱 나리어깎아보았다. 누런 덩어 리 한쪽이 어렵지 않게 뚝떨어진다. 그놈을 한테 뭉처가지고 그앞 댓돌에다 쓱 문태보니까 아 아 이게 황금이아닌가. 엉뚱한 누명으로 끌려가 욕을 보 든 이 황금. 어리다는, 이유로 연홍이에게 고랑땡을 먹든 이 황금. 누님에 게 그 구박을 다받아가며 그래도 얻어먹고 있는 이 황금 ── 다시.. 2020. 7. 21. 김소월 가시나무 가시나무 김소월 산에도 가시나무 가시덤불은 덤불덤불 산마루로 뻗어 올랐소. 산에는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바로 말로 집도 있는 내 몸이라오. 길에 가선 혼잣몸이 홑옷자락은 하룻밤에 두세 번은 젖기도 했소. 들에도 가시나무 가시덤불은 덤불덤불 들 끝으로 뻗어나갔소. 2020. 7. 17. 이전 1 2 3 4 5 6 7 8 ··· 1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