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화 상
- 윤동주 -
산모퉁이를 돌아 논 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
'한국문학 > 윤동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동주 쉽게 쓰여진 시 (0) | 2020.04.03 |
---|---|
윤동주 길 (2) | 2020.03.30 |
참회록 윤동주 (0) | 2020.03.22 |
비 오는 밤 윤동주 (0) | 2020.03.21 |
윤동주 무얼 먹고 사나 (0) | 2018.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