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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윤동주

윤동주 길

by t min 2020. 3. 30.

                    윤동주

 

잃어 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게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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