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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67

김소월 고적한 날 고적한 날 김소월 당신님의 편지를 받은 그날로 서러운 風說[풍설]이 돌았읍니다. 물에 던져 달라고 하신, 그 뜻은 언제나 꿈꾸며 생각하라는 그 말씀인 줄 압니다. 흘려 쓰신 글씨나마 諺文[언문] 글자로 눈물이라고 적어 보내셨지요. 물에 던져 달라고 하신 그 뜻은 뜨거운 눈물 방울방울 흘리며, 맘 곱게 읽어 달라는 말씀이지요. 2020. 7. 14.
김영랑 내 마음 고요히 고흔 봄길 우에 내마음 고요히 고흔봄 길우에 김영랑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가치 풀아래 우슴짓는 샘물가치 내마음 고요히 고흔봄 길우에 오날하로 하날을 우러르고십다 새악시볼에 떠오는 붓그럼가치 詩[시]의가슴을 살프시 젓는 물결가치 보드레한 에메랄드 얄게 흐르는 실비단 하날을 바라보고십다 2020. 7. 10.
김유정 땡볕 땡볕 김유정 우람스레 생긴 덕순이는 바른팔로 왼편 소맷자락을 끌어다 콧등의 땀방울을 훑고는 통안 네거리에 와 다리를 딱 멈추었다. 더위에 익어 얼굴이 벌거니 사방을 둘러본다. 중복 허리 의 뜨거운 땡볕이라 길 가는 사람은 저편 처마 밑으로만 배앵뱅 돌고 있다. 지면은 번들번 들히 달아 자동차가 지날 적마다 숨이 탁 막힐 만치 무더운 먼지를 풍겨 놓는 것이다. 덕순이는 아무리 참아 보아도 자기가 길을 물어 좋을 만치 그렇게 여유 있는 얼굴이 보이 지 않음을 알자, 소맷자락으로 또 한번 땀을 훑어 본다. 그리고 거북한 표정으로 벙벙히 섰 다. 때마침 옆으로 지나는 어린 깍쟁이에게 공손히 손짓을 한다. “얘! 대학병원을 어디루 가니?” “이리루 곧장 가세요!” 덕순이는 어린 깍쟁이가 턱으로 가리킨 대로 그 길.. 2020. 7. 6.
윤동주 간 간(肝)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산중(山中)에서 도망해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肝)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사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誘惑)에 안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2020. 7. 3.
윤동주 눈 눈 윤동주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이 왔네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추워한다고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나리지 2020. 6. 30.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마음을 아실 이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 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 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맑은 옥돌에 불이 달어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2020.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