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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 산유화 산유화 김소월 山[산]에는 꼿픠네 꼿치픠네 갈 봄 녀름업시 꼿치픠네 山[산]에 山[산]에 픠는꼿츤 저만치 혼자서 픠여잇네 山[산]에서우는 적은새요 꼿치죠와 山[산]에서 사노라네 山[산]에는 꼿지네 꼿치지네 갈 봄 녀름업시 꼿치지네 2020. 5. 10.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엄마야 누나야 김소월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金)모래빛, 뒷문(門)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江邊) 살자. 2020. 5. 8.
심훈 상록수 상록수 심훈 쌍두취 행진곡 가을 학기가 되자, ○○일보사에서 주최하는 학생계몽운동에 참가하였던 대원들이 돌아왔 다. 오늘 저녁은 각처에서 모여든 대원들을 위로하는 다과회가 그 신문사 누상에서 열린 것이다. 오륙백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에는 전 조선의 방방곡곡으로 흩어져서 한여름 동안 땀을 흘려 가며 활동한 남녀 대원들로 빈틈없이 들어찼다. 폭양에 그을은 그들의 시커먼 얼굴! 큰 박덩이만큼씩 한 전등이 드문드문하게 달린 천장에 서 내리비치는 불빛이 휘황할수록, 흰 벽을 등지고 앉은 그네들의 얼굴은 더한층 검어 보 인다. 만호 장안의 별처럼 깔린 등불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도록 사방의 유리창을 활짝 열어제쳤 건만, 건장한 청년들의 코와 몸에서 풍기는 훈김이 우거진 콩밭 속에를 들어간 것만치나 후끈후끈 끼.. 2020. 5. 5.
김소월 초혼 초혼 김소월 산산히 부서진이름이어! 虛空中[허공중]에 헤여진이름이어! 불너도 主人[주인]업는이름이어! 부르다가 내가 죽을이름이어! 心中[심중]에 남아잇는 말한마듸는 끗끗내 마자하지 못하엿구나. 사랑하든 그사람이어! 사랑하든 그사람이어! 붉은해는 西山[서산]마루에 걸니웟다. 사슴이의무리도 슬피운다. 떠러저나가안즌 山[산]우헤서 나는 그대의이름을 부르노라. 서름에겹도록 부르노라. 서름에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소리가 빗겨가지만 하눌과땅사이가 넘우넓구나. 선채로 이자리에 돌이되여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이름이어! 사랑하든 그사람이어! 사랑하든 그사람이어! 2020. 5. 3.
나도향 벙어리 삼룡이 벙어리 삼룡이 나도향 1 내가 열 살이 될락말락 한 때이니까 지금으로부터 십사오 년 전 일이다. 지금은 그곳을 청엽정(靑葉町)이라 부르지만 그때는 연화봉(蓮花峰)이라고 이름하였다. 즉 남대문에서 바로 내려다보면은 오정포(午正砲)가 놓여 있는 산등성이가 있으니 그 산등성이 이쪽이 연화봉이요, 그 새에 있는 동네가 역시 연화봉이다. 지금은 그곳에 빈민굴이라고 할 수밖에 없이 지저분한 촌락이 생기고 노동자들밖에 살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으나 그때에는 자기네 딴은 행세한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집이라고는 십여 호밖에 있지 않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과목밭을 하고, 또는 채소를 심거나, 아니면 콩나물을 길러서 생활을 하여 갔었다. 여기에 그중 큰 과목밭을 갖고 그중 여유 있는 생활을 하여 가는 사람이 하나 .. 2020. 5. 1.
김유정 산골나그네 산골 나그네 김유정 밤이 깊어도 술꾼은 역시 들지 않는다. 메주 뜨는 냄새와 같이 쾨쾨한 냄 새로 방안은 괴괴하다. 윗간에서는 쥐들이 찍찍거린다. 홀어미는 쪽 떨어진 화로를 끼고 앉어서 쓸쓸한 대로 곰곰 생각에 젖는다. 가뜩이나 침침한 반 짝 등불이 북쪽 지게문에 뚫린 구멍으로 새드는 바람에 반뜩이며 빛을 잃는 다. 헌 버선짝으로 구멍을 틀어막는다. 그러고 등잔 밑으로 반짇고리을 끌 어당기며 시름없이 바늘을 집어든다. 산골의 가을은 왜 이리 고적할까! 앞뒤 울타리에서 부수수 하고 떨잎은 진 다. 바로 그것이 귀밑에서 들리는 듯 나직나직 속삭인다. 더욱 몹쓸 건 물 소리 골을 휘돌아 맑은 샘은 흘러내리고 야릇하게도 음률을 읊는다. 퐁! 퐁! 퐁! 쪼록 퐁! 바깥에서 신발 소리가 자작자작 들린다. 귀가 번쩍.. 2020. 4. 29.